영화

영화 "언더 워터"

nofence 2017. 7. 23. 22:25





의대생인 주인 공 낸시는 그녀의 엄마가 자신을 낳은 이름 모를 해변으로 향한다. 아무도 그 해변의 이름을 알려 주지 않다니, 도대체 그 해변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름 모를 해변이 영화 전체 스토리를 크게 좌우하진 않지만 명명되지 않은 존재는 그 존재의 의의를 어떻게 보증할 수 있을까?


이름 모를 해변은 그곳을 아는 사람들만 찾아 오는 외딴 존재이듯이, 낸시가 그곳에 당도했을 땐 낯선 남자 둘뿐이서 윈드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부랴부랴 서핑 준비를 마친 낸시는 어느새 이름 모를 바다 속으로 투신하여 보드와 그리고 바다와 혼연일체가 되었다.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을 무렵 낯선 남자 둘과 물 속에서 대면을 하게 되고 짧은 대화를 나누던 터, 어느새 해가 질 무렵 즈음 그들은 낸시에게 시간이 더 늦기 전에 윈드 서핑을 적당히 하고 갈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낸시는 이내 그들의 권고를  가볍게 여기고 계속해서 서핑하기에 여념이 없다. 


낸시를 반기는 돌고리 떼를 우연찮게 따라간 낸시는 그곳에서 죽어가고 있는 고래 한 마리와 조우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낸시는 위험에 노출된다.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다름 아닌 공포의 상어 녀석. 


상어와의 지루한 전투는 영화가 끝날 무렵까지 지속되며 긴장감을 한시도 놓칠 수 없는 형국이 조성된다. 갑자기 튀어 나오는 상어에 맞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는 그녀를 보며 애처로운 마음이 가득해진다. 포기할 법도 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분투하며 필사의 노력으로 마침내 그녀는 해변으로 생환한다.


상어를 피해 망망대해의 한 가운데에서 그녀와 함께 한 피조물인 이름 모를 갈매기. 날개를 다쳐 하늘 위로 날지도 못하는 그 갈매기는 영화가 끝날 무렵까지 그녀의 곁을 맴돈다. 그녀 곁에 갈매기 마저 없었으면 그녀 주변을 엄습하는 공포감 보다 외로움이 더 크게 다가와 그녀를 쉽게 포기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갈매기는 그녀에게 어떠한 도움을 제공하진 않았지만 그녀 곁에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작은 위안이 되었으리라.


전지적 시점에서 낸시 그리고 기타 인물들이 처한 세부적 상황을 정밀히 묘사하는 구도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생사에 기로에 놓인 낸시의 위급한 상황과 그녀가 겪게 되는 갈등 구조 그리고 심리적 묘사는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하였다. 


죽음의 위기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생존 의지를 불태워 끝내 가족 곁으로 복귀한 낸시를 보며, 어떠한 순간에도 내 곁에 존재하는 사랑하는 이들이 내 삶의 원동력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새삼스럽게 상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