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적거림

11월 12일 박근혜 퇴진 집회 현장

nofence 2016. 11. 14. 00:21






친구 녀석과 뒤늦게 집회 현장에 참여하게 되었다. 좀 많이 늦은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머릿수 하나라도 보태기 위해 기어코 서울로 부랴부랴 이동했다.


목적지인 광화문에는 이미 수 많은 민주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당도하지 못 하였고 종각으로 선회하여 8시30분이 조금 넘어 도착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역사 안이 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상황을 목도할 수 있었다.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한 손에는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피켓들이 들려 있었고, 그들은 집회 현장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피켓을 쉬이 내려 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역사 안 조차도 집회 공간의 연장이었으리라.


지하철 역사를 벗어나자 마자 거리를 빼곡히 메운 군중들에게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군중들이 모인 곳을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된 것은 처음이었고, 미디어에서만 보던 현장을 드디어 비로소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거리는 이미 성난 시민들로 장악 당했고, 그 거리를 촘촘히 채운 면면은 다양다종했다. 손을 잡고 함께 행진하는 연인들, 아장아장 귀여운 발검음을 연출하는 아이들을 대동하고 나온 엄마, 아빠들 그리고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을 포함하여 남녀노소, 성별이 뒤범벅 된 그곳은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무대 현장이었다.


차 없는 거리를 계속 행진하던 중 재밌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교복을 입은 앳된 여학생들이 북과 장구를 치며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연신 외치자 그에 동조한 시민들이 함께 호응하며 힘을 보태던 것이다. 여학생들은 쉴새도 없이 계속해서 구호를 외쳤고, 결코 그들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역동적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그들의 의견을 표출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의 모습을 가감 없이 표출하였다.


행진을 계속하다 어느덧 도로 한 복판의 전광판이 설치 된 곳으로 다다르게 되었다. 때마침 가수 이승환이 무대 공연을 펼치려던 참이었다. 여지껏 콘서트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가수의 콘서트 현장에 참여하게 되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이승환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했고, 그가 내뱉는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지금 이 곳의 참여 의미를 더욱 북돋아 주었다. 


재치 있는 그의 언변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밥줄이 끊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다른 연예인 그 누구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아티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승환의 마지막 곡을 끝내 지켜 본 후 열차 시간 때문에 친구와 발검음을 돌려야했다. 더 큰 힘을 보태지 못해 아쉬움 도 많이 남았지만, 역사적인 현장에 수 많은 민주시민들과 함께 자리할 수 있어 좋았다.


부디 청와대에서 아직까지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분께서는 시민들의 함성을 듣고 뭔가 느끼는 게 있으면 하는 기대를 하는 것은 지나친 바람일까? 시민들의 외침이 헛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열고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밑거름이 되어 우리가 염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뤄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자, 다함께 외치자. "박근혜는 퇴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