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프로그래밍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동생을 위해 구정 연휴 때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을 만한게 없나 싶어 구입했던 서적이다. 주말에 끝낼 수 있을 만큼 얼마나 간결하게 책 내용을 전개해 나갔을까 하는 기대가 컸었던 만큼 글쎄, 역시나 마케팅에 의해 책 제목이 내용을 압도하는 순간과 마주했을 때의 허탈함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 수 있고, 그 만드는 과정을 몸소 체험하고 결국엔 주말이라는 시간을 십분 활용하여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라는 성취감을 제공하는데에 있어서 만큼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제공해 주는 책임은 틀림 없다.
저자는 일본인으로서 비 IT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래밍 세계에 발을 들여 개발자 생활 그리고 강사 현재는 대표이사로 활동 중인 인물이다. 저자인 그녀가 실제 겪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하여 그녀와 그녀의 지인을 모티브로 한 가상의 인물 두 명이 책 속에 배치 되어, 실질적으로 하나의 웹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재치있게 그리고 유쾌하게 그려내는 모습이 자못 흥미로웠다.
vagrant를 통해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FuelPHP라는 PHP 기반의 프레임워크를 통해 웹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의 독자들에게는 큰 장벽이 아닐 수 없겠지만, 저자의 친철한 설명과 안내를 통해 책에서 제시하는 절차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누구나 충분히 그 과정을 따라 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재 PHP 프레임워크의 주류는 Laravel과 CI로 일컬어지는 CodeIgniter이지만, 이 책에서는 FuelPHP를 다루고 있는데, FuelPHP에 대해 구글링을 해 본 결과, 일본어로 작성 된 글들이 유독 눈에 많의 띄었다. FuelPHP가 일본에서의 PHP 프레임워크로서 어느 정도 세를 과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중요한 건 프레임워크는 그저 하나의 도구일뿐이라는 것이다. 어느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든 결국엔 개발하는 과정에서 대동소이할 뿐이다.
어찌 되었든, 아직 한번도 제대로 접하지 못한 laravel과 CI에 앞서 FuelPHP라는 프레임워크를 대면한 후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물론 django라는 파이썬 웹 프레임워크를 만난 전력이 있기 때문에 FuelPHP 역시 개발 토대를 제시하는 과정은 개발의 본질이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크게 다르진 않았다.
책 제목 처럼 주말이라는 한정 된 시간을 이용해야하는 관계로, PHP를 상세히 다룰 수 없는 점은 다른 이들에겐 아쉬움으로 작용하리라고 보지만, 기본 문법을 통해 달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는 과정 속에서 난해한 코드들을 직접 타이핑 하면서, 끝내 달력 그 자체를 웹 브라우저를 통해 디스플레이 했을 때의 짜릿함을 충분히 느끼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은 프로그래밍을 진지하게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강력한 자극을 제공함에 있어서 만큼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봐도 손색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구정 연휴 동안 동생과 이 책을 통해 뭔가 생산적인 행위를 함께 하고 싶었지만, 먼저 도서를 완독하고 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아직은 이 책이 동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프로그래밍의 세계는 멀고도 험하구나 하는 좌절감을 줄 수도 있다라는 생각에서 결국 이 책을 동생과 함께 하진 못 했다.
뭐가 뭔지 모르고, 어떻게 돌아가는 지 잘 모르겠다만, 그래도 한정된 시간 동안 무언가 한번 만들어 보고 나서 곱씹어 보자라는 식의 접근이 누군가에게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큰 혼란과 절망을 안겨줄 수도 있음은 이론이 여지가 없을 것이다. 결국 어느 정도 IT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던 이들이 아닌 이상, 정말 IT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 이 책과 조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반대할 수 밖에 없을 노릇이다.
책의 취지도 좋고, 저자가 실제로 지인에게 도움을 줬던 일화를 바탕으로 쓰인 글인 만큼 충분히 신뢰를 주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들었던 무언가 아쉬움은 다시 한 번 내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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