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적거림

피델 카스트로 별세에 대한 소회

nofence 2016. 11. 27. 22:04


2016년 11월 25일 피델 카스트로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어제 뉴스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되었다. 체 게바라의 열풍이 전 세계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무렵, 나 역시 "체 게바라"라는 혁명가에 대해 흠뻑 빠지게 되어 버렸었다. 체 게바라의 일대를 다룬 평전을 위시하여, 그가 남미 여행 과정에서 혁명의 눈을 뜨게 된 계기를 다룬 영화 "모터 싸이클 다이어리"를 접하고 그에 대한 나의 존경심은 더욱 커지지 않을 수 없었다.


친미 바티스타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혁명의 대오에 합류한 체 게바라는 그의 영원한 친구이자 혁명 동지인 피델과 끝내 혁명을 성공으로 완수하지만 피델은 권좌의 자리에, 그는 어김 없이 혁명가로서 모험을 재개한다. 결국 그의 볼리비아 혁명은 실패했지만, 그가 남기고 간 유산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진 것이리라.


혁명에 성공하여 쿠바를 사회주의 국가로 재건하기 위한 노력을 쏟아 부은 피델 카스트로는 결국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의 수장들과 다르지 않게 권좌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성공한 혁명가에서 독재자로서의 입지를 굳혀 버린 그에게 과연 체 게바라가 생존해 있었다면 뭐라고 말했을까? "이보게 동지, 이제 그만 자리에서 내려와 나와 같이 혁명을 위한 여정을 다시 시작하시게나. 우리에게 정치는 그저 수단일 뿐일세. 영원한 권력은 없는 법일세. " 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40여년 동안 독재 정치를 펼쳐 온 피델 카스트로의 모습이 그의 친구 체 게바라에게는 결코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고인 물은 썪는 법이다. 정치 역시 그렇다. 권력을 영원히 향유하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적어도 왕조가 아닌 민주정의 사회에서 독재 정치는 결코 존재해서는 안 된다. 피델 카스트로, 그가 순수한 사회주의 혁명을 꿈 꾸었다면 적어도 오랜 세월 권좌에 머물러 그 자리를 존속시키는 상황은 발생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는 혁명에 성공했지만, 그가 이룩하고자 했던 혹은 마르크스가 실현하고자 했던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는데에 있어 그는 철저히 실패했다. 진정한 사회주의의 모습은 결코 독재정을 통해 발현될 수 없다.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사이비 사회주의 국가와 같이 일당 독재가 존재 해서도 안 되며 민주주의 체제의 틀내에서 온전히 사회주의 정신이 발현되어야 한다.


쿠바의 국가평의회 의장으로서 오랜 세월을 그 자리에서 내려 오지 않는 내내 미국과의 관계는 언제나 삐거덕 거렸고, 미사일 위기 때는 전 세계의 긴장을 고조시키도 했던 피델 카스트로의 죽음에 대해 과연 미국의 옛 정치 지도자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아직 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권좌에 온존하고 있다. 카스트로 형제가 쿠바의 권력을 굳걷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라울 카스트로는 형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후세대 정치 지도자들에게 권력을 이양할 것인가? 아직 더 지켜 봐야 할 일이지만 그만큼은 형과는 달랐으면 한다.


피델 카스트로는 위대한 혁명가였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독재자라는 이중적 지위에 놓여 있는 인물이다. 아직도 그는 쿠바 국민들의 가슴 속에 살아 숨쉬고 있으면서, 체 게바라와 더불어 쿠바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의 죽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죽음 앞에 인간은 한 없이 나약한 존재이다. 영원할 것 같은 권력도 결코 영원하지 않으며, 권력은 노쇠해지는 인간의 변화와 죽음의 시계 앞에서 무력할 수 밖에 없다. 혁명 이후에 삶에 안타까움이 가득한 그의 죽음에 미묘한 감정이 교차한다.